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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전자 연구원 모여 창업… “기술로 피부 관리 더 간편하게”

2023-08-07

삼성-LG전자 연구원 모여 창업… “기술로 피부 관리 더 간편하게”[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병원 피부관리기 가정용으로 혁신하는 ‘레지에나’
하이푸 기기를 가정용으로 개발… 카트리지 교체 필요 없어 눈길
약한 전류 흐르는 ‘스마트 마스크’… 올 초 미국 CES에서 혁신상 받아
피부 관리 빅데이터 플랫폼 추진… “마케팅 아닌 기술로 승부하고 싶어”

신승우 레지에나 대표이사가 이온도입법(이온토포레시스) 원리를 이용한 피부관리 제품 ‘스마트 마스크’(책상 위 제품들 중 왼쪽)와 고강도 집속 초음파(HIFU·하이푸)를 활용한 가정용 피부미용 기기를 두고 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본사에서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신 대표는 “병원용 피부관리 기기를 가정에서도 손쉽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기술회사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피부의 탄력 회복을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시술이 늘어난 것도 사람들의 이런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고강도 집속 초음파(HIFU·하이푸)를 이용한 리프팅 시술은 웬만한 병원에서 다 시행하고 있다. 빛을 사용하는 발광다이오드(LED) 방식보다 피부 깊숙한 곳으로 에너지를 보낼 수 있어 굵은 주름 등을 개선하는 데 더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용은 만만치 않다. 시술 부위와 면적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100만 원을 넘기기 일쑤다.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있는 레지에나(대표이사 신승우)는 병원에서 쓰는 하이푸 장비를 초소형으로 만드는 등 피부미용 장비를 집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해 주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이다. 신승우 대표이사(47)는 “수명이 길어지면서 피부 노화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의 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시술보다 극적인 효과는 덜하지만 집에서 간편하게 피부를 관리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카트리지 교체 필요 없는 하이푸 기기

하이푸 장비는 초음파를 피부 안쪽으로 쏘아 특정 깊이의 근육 조직에 열 자극을 주는 장치다. 돋보기로 빛을 모으면 종이가 탈 정도로 에너지가 모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피하지방층과 근육층 사이에 있는 섬유근막층(SMAS)에 주로 작용한다. 에너지를 작은 점 크기로 모아 열 자극을 줌으로써 조직에 상처를 내면서 수축시키고, 그 조직이 회복하면서 콜라겐 등이 생성되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SMAS는 나이가 들수록 늘어나고 느슨해지는데 그 결과로 눈썹이나 볼살 등이 처지게 된다.


병원에서 쓰는 장비는 의사가 다루는 덕분에 깊이 4.5mm까지 에너지를 쏘아 굵은 주름까지 완화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레지에나는 홈뷰티 기기는 일반인들이 다룬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1.5mm와 3mm 깊이까지 에너지를 쏘도록 만들었다.


가장 큰 특징은 카트리지를 교체할 필요가 없도록 만든 것이다. 카트리지에는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부품이 들어 있다. 병원의 하이푸 장비는 물론이고 다른 가정용 하이푸 기기는 대부분 에너지를 주입하는 깊이를 바꾸려면 그에 맞는 카트리지로 교체해야 한다. 게다가 소모품이어서 일정 사용 횟수를 넘기면 수십만 원을 들여 교체해 줘야 한다. 신 대표는 “가정용 홈뷰티 기기는 간편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4, 5년에 걸쳐 기술을 개발했다”며 “하이푸 기술을 활용한 피부관리 기기에서 카트리지를 교체할 필요 없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했다. 카트리지 안에 들어 있는 초음파 발생 부품은 일반적으로 세라믹을 오목하게 깎아 고전압을 걸어준 뒤 진동하게 함으로써 초음파를 발생시킨다. 신 대표는 “세라믹을 깎지 않는 다른 방식을 개발해 내구성을 반영구적으로 높였다”고 했다. 초음파가 잘 이동하기 위해서는 카트리지 내부에 증류수가 필수적인데, 증류수가 증발하지 않도록 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필름을 개발함으로써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토록 했다.


레지에나는 가정용 하이푸 기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 절차도 진행 중이다. 신 대표는 “미국에서 병원용으로 개발돼 FDA 승인을 받은 하이푸 장비와 비슷한 전압과 주파수(100∼200V, 7Mhz)로 고에너지를 내기 때문에, 부작용 부분에 대한 검증만 이뤄지면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가정용 하이푸 기기 중 FDA 승인을 받은 제품은 아직 없다.


●CES 혁신상 받은 ‘스마트 마스크’

2일 마곡산업단지 내 ‘서울창업허브 M+’에 자리한 레지에나 본사에서 만난 신 대표는 레지에나가 하이푸 기기만을 만드는 회사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하이푸 기기는 시작일 뿐”이라며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스마트 마스크’를 보여줬다. 일종의 ‘전자 마스크 팩’이다. 병원이나 피부관리실 등에서 피부에 영양분을 공급할 때 사용하는 이온도입법(iontophoresis·이온토포레시스)을 1회용 마스크 팩으로 구현한 제품이다. 음전하를 띠는 영양분을 마스크에 흐르는 약한 전류가 밀어내 피부 속으로 침투시키는 원리다. 신 대표는 “올해 초 미국 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이후 한국콜마와 협업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며 “내년 초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1회용 스마트 마스크는 기존 마스크 팩같이 종이처럼 얇다. 은박을 초박막으로 만들어 입혔고, 여기에 전기를 공급해야 했기에 종이전지를 개발해 적용했다.


레지에나는 반도체를 활용해 고강도 집속 초음파를 발생시기는 기술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으로부터 이전받아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신 대표는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세라믹을 활용하지 않고 초음파를 발생시킬 수 있기에 부피를 훨씬 더 줄일 수 있고, 에너지를 조사하는 깊이를 조절하는 방식도 훨씬 간편해질 것”이라고 했다.


●삼성·LG전자의 연구 경험


신 대표는 고려대에서 메카트로닉스공학을 전공으로 2006년에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취직해 의료기기사업부에서 의료 기기를 개발했다. 2010년대 초반 삼성전자는 외국 기업들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던 병원용 의료 기기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 등 첨단 의료 장비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그는 3, 4년을 밤낮없이 기술 개발에만 집중했는데, 의료 기기 사업은 당초 계획과 달리 크게 축소됐다. 두 살배기 아이가 아빠를 몰라볼 정도로 매달렸던 일이 중단되자 허탈감에 사직서를 썼다. 한 달가량 쉬던 중에 제안을 받고 2014년 말 LG전자에 입사했다. LG전자는 메디컬 뷰티 분야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LG전자에 입사해 가정용 뷰티 기기 기획 및 기술 개발 파트장을 맡아 ‘프라엘(Pra.L)’ 기반 기술을 연구하고, 제품까지 출시했다.


신 대표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연구부서를 모두 거친 덕분에 두 회사에서 뜻이 맞는 후배들을 규합해 창업을 하게 된다. 하지만 대기업에 다니다가 창업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대기업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이들이었기에 잃을 게 적지 않았다. 2016년, 주말이면 3, 4명이 구글캠퍼스 사무실에 모여 창업 준비를 했다. 그래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사업 모델을 검증받고 싶어 직장에 다니는 상태에서 몰래 창업경진대회에 나갔다. 그런 과정을 거쳐 5억 원가량의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됐을 때 사표를 냈다.


김태균 최고기술책임자(CTO·43)는 고려대 전자공학 석사를 마치고 삼성전자에서 의료 기기와 영상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의료 기기 하드웨어 설계와 제어 프로토콜 표준화 경험이 풍부하다. 이성민 최고마케팅책임자(CMO·37)는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석사로 삼성메디슨 책임연구원을 지냈다. 초음파 영상진단 기기 개발 등에 참여했다.


신 대표는 “기술적 내용이나 마케팅 관련 조언을 지금도 양 사 선후배들로부터 많이 받는다”며 “양 사에 근무한 경험이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했다.


●“피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레지에나는 피부 관련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사람마다 피부의 두께나 특성이 달라서 피부 미용 기기를 개발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개인별 피부 데이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레지에나는 하이푸 기기를 판매하면서 개인들의 피부 데이터도 비식별정보로 모으고 있다. 지금은 앱을 통해 기기를 사용할 부위에 대한 지도를 제공하는 수준이지만, 개인화된 정보가 모이면 사용 시간이나 횟수에 대한 보다 정밀한 안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현지 딜러(오른쪽)가 고객에게 레지에나의 가정용 하이푸 기기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레지에나 제공 레지에나는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마케팅은 외부와 협업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하이푸 기기도 서울 강남의 대형 성형외과를 통해 판매 중이다. 한국에서는 스타트업이 피부미용 기기를 개발하더라도 시장에서 인지도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싱가포르와 홍콩,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 먼저 진출해 이름을 알리고 있다. 신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 K뷰티라는 국가 브랜드의 덕을 보는 셈”이라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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